밤은 결코 휴식의 시간이 아니었다 밤은 결코 게으르거나 태만하지 않았다 밤은 긴장의 망토를 두르고 검은 눈을 껌뻑였다 밤은 언제나 고요하게 사부작거렸다 올빼미는 두 눈에 심지를 켜고 누군가는 가로등의 불빛을 밝혔다 달은 해가 모르는 세상의 반을 다 알았다 빛이 있어 살아가는 고목도 가로등 밑에서 푸르지 못했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인간이 되지 못했다 바로 ...
우리 모두는 호구와 좋은 사람이 단 한 끝 차이로 결정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대부분의 하루를 함께 지낸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당신은 이미 좋은 사람이 되기로는 글렀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꼽으라 한다면 첫 번째로는 응당 나 자신을 꼽을 것이다. 본인 만큼 본인을 잘 아는 사람은 이 ...
사람란건, 알고 보면 누구나가 불쌍한 존재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비참하게도 내가 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죽는 상상을 한다. 익사는 하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들이 벌금을 물게 된다. 시체가 불어서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기 때문이다. 질식사도 하지 않는다. 일그러진 채로 표정이 굳어버린...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해.” 남자는 눈이 번쩍 뜨였다. 자신이 저지른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들 중 하나를 수습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삶에서 단 한번의 성공이라도 해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남자는 무엇이든 할 기세였다. 그 초롱초롱해진 눈망울을 보고 왕자는 말했다. “나비 효과라고, 알아? 나비의 날갯짓으로 시작된 바람이, 지구반대편 까지 가면 태풍이 된...
“.............”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냈지만, 남자는 내 말을 거부하지도, 손길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 바닥에 몸을 기댔다. “어린왕자, 라는 이야기 알아?” “...알아. 읽어본 적 있어.”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가라않아서, 평소같이 잔잔해져 있었다. 도저히 실패만을 거듭해온 사람의 목소리 같지는 않았다. “그럼 어린왕자가 여섯...
/ / / / / / / / / / / / / / / / / “있던데? 그 리크란 신입.” “거짓말 마요. 떠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기 있겠습니까?” 김현수가 말했다. 아무개는 그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이야, 아까 집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네 뒷통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던데?” “그 사이에서요?” 그럴리가 없었다. 리크는 떠난지 오래...
새벽까지 잠 못드는 밤이었다. 그때 하늘이 어떤 색을 머금고 있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공항에 늘어진 기다란 줄을 서서 여권을 다시 확인했다. 전자기기는 미리 빼놓고 캐리어 위에 얹어 두었다. 딱딱한 표정의 출국 심사가 끝나자 각자 다른 게이트의 줄에 서있던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가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승무원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입구...
누구는 먹기 위해 죽이고, 누구는 제 덩치를 늘리려고 빼았는다. 어딘가에서는 음식들이 버려져 쓰레기통으로 굴러 들어가는가 하면, 어딘가에서는 그 쓰레기조차 구하기가 힘들어 굶어 죽는다. 누군가는 누워서 별을 헤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죽어나간 전우들의 숫자를 헨다. 어느 부류는 하늘로 더 치솟으려 하지만, 어느 부류는 평생 황무지 바닥만을 보며 살아간다. 몇...
아무개는 한옥집을 나와서 뛰었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반칙 캐릭터에게서 벗어나려고 도망쳤다.그러다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는 숨을 한차례 고르다가 다시 사람들의 틈에 섞였다. 역시 사람을 숨기려면 사람의 틈이 제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인파의 흐름에 따라 흘러갔다. 역시 서울의 거리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밤 10시가 넘어서는 ...
/ / / / / / / / / / / / / / / / / 남자는 화려한 새가 열어준 문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 길목에서 어떤 남자를 봤었다. 자신과 똑 닮아 있었다. 칠흑보다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그가 배를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사실 남자는 배 따위는 타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맨 몸으로 갔다. 어떻게...
니힐리즘(nihilism). 다른 말로는 허무주의라고 한다. 무(無)를 뜻하는 라틴어인 니힐(nihil)에서 비롯된 용어. 사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나는 이곳에서 찾았다. 무엇을 해도 허무하고, 어떤 것을 달성해도 무의미하다 느끼는 때가, 어느 사람이든 인생에 한번쯤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자신이 하고...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양친의 시체를 보았어도 양화대교 위로 올라가지 않았고, 그 골분을 형제와 함께 흩뿌릴 때도 그 차디찬 물속으로 몸을 들이지 않았다. 파란머리 천사는 만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에게 올 수 있는 파란머리 천사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준비도 없이 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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